대학 신학기가 시작되던 날, 저는 정말 황당하고 말이 안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는 저녁식사 후, 신입생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신입생들을 모아 학교주변의 호프집으로 갔습니다. 서로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고서는 곧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셨습니다.
짜증나네 닫자...
저는 남친과 같이 있었고, 저와 친한 여자애도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3수를 해서 들어왔다고 하는 신입생들 중 매우 스타일이 괜찮은 남학생이 있었고, 친구가 그 남학생을 보고 인상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는 그 신입생을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신입생에게 술을 따르라고 했고, 자기도 신입생에게 술을 따라 주었습니다. 신입생이 원샷을 안하고 조금 술을 남기더라구요.
그래서 친구가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정말 토씨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기억해서 적을수 있습니다.
너가 아직도 주도를 제대로 모르는데 좀 배워야겠구나…
그리고 나무라는것도 아니고, 웃으면서 한 얘기였습니다.
그 한마디 농담처럼 했을 뿐인데, 그 신입생은 불이 번쩍하도록 친구의 따귀를 때렸습니다…
어떻게 여학생을, 그것도 선배를 때릴 수가 있는겁니까.
제 남친과 다른 동기 남학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신입생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입생들 중 재수생 삼수생 애들이 몰려들어서 제 남친도 때렸습니다. 싸움이 워낙 커지다보니 저도 밀리다가 책상에 팔을 부딪쳤습니다. 동기나 선배 남자애들이 더 몰려왔는데, 그 신입생들을 어이없게도 타일러 말렸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글을 보는 여러분들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재수나 삼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나보다 후배로 들어온 사람인데 초면에 말을 놓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입니까? 스타일이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인간미가 그 정도로 없으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어지러워진다지만 농담 한마디 했다고 해서 선배를 때리는 후배들이 있다는 사실에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대학시절의 선후배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서 좋은 선배가 되어주려고 했던 제 마음도 가라앉아버렸고요.
제가 종종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았던 얘기인데, 대학때 나이많은 후배들에게 말 편하게 했다가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생각하는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기까지 한 입장이다보니 저는 정말 할말을 잃었습니다.
물론 나이많은 사람으로서 대접받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대학이라는 사회에서 학번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선배는 선배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아무런 잘못도 한 것 없고, 단지 재수나 삼수를 안했을 뿐인데 그 이유만으로 나이많은 후배들에게 당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이많은 후배로 들어왔다면 나이에 맞게 넓은 마음을 가질만도 할텐데 그러지도 못한다면 나이대접을 해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남친은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안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도 연락을 안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처참하게 밟아놓은 사람들이 인간인가요.
효도정신, 윗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 등등이 나날이 무너져가는 사회라고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걸 보니 정말로 놀랍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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